경기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요즘은 욕보다 한숨이 먼저 나온다.
“진짜 못한 건 아닌데… 왜 또 이기질 못하냐.”
20년 넘게 FC서울을 봐왔지만, 2025는 특히 묘했다.
내용은 ‘우승후보’ 같은 날도 있었고, 결과는 ‘웃음후보’처럼 찍힌 날도 있었다.
그 롤러코스터의 정체를 딱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거다.
넣을 경기는 못 넣고, 지켜야 할 경기는 못 지켰다.
올해 서울은 ‘기대득점’ 얘기가 나올 만큼 찬스를 꽤 만들었다.
그런데도 득점이 따라오지 않았다. 결정력이 처참했다.
조영욱 원톱 고집 + 윙어 수비가담 과부하
정승원 부상, 루카스 폼 널뛰기
박스 안에서 마지막 한 번의 선택이 계속 늦어짐
그러다 보니 “넣을 걸 못 넣는 팀”이 됐다.
팬들이 답답한 건, 찬스가 아예 없는 팀이 아니라 **찬스를 ‘날리는’ 팀이었기 때문이다.
후반기에 한때 득점이 터진 구간이 있었던 것도 맞다.
하지만 그건 “문제가 해결됐다”라기보다 **“불이 잠깐 꺼진 것”**에 가까웠다.
조영욱을 탓하는 글은 많다. 근데 나는 이 얘기를 하고 싶다.
선수의 장점을 살리는 축구가 아니라,
감독이 원하는 ‘이상적인 9번’ 역할을 선수에게 강요한 축구가 길어졌다.
원톱 조영욱은 애초에 그 롤이 아니었고
둑스에게는 땅볼 크로스 같은 어울리지 않는 요구가 이어졌다
윙어는 ‘크랙’보다 ‘수비수’에 가까운 일을 더 많이 했다
윌리안 사례가 상징적이었다.
서울에서 애매해지고, 팀을 떠나자마자 골이 터졌다.
그 순간 팬들은 확신한다.
“아, 이건 선수 문제가 아니라 ‘쓰는 방식’ 문제였구나.”
올해 스쿼드를 보면 2선은 화려하다.
근데 축구는 2선만으로 안 돌아간다. 특히 K리그는 더더욱.
서울의 가장 큰 원인은 결국 두 가지였다.
6번(3선 미드필더)의 뎁스 부족
톱의 퀄리티 부족
문제는 이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린 몇 년째 “3선 없다, 9번 없다”를 반복해서 말해왔고,
올해도 결국 땜빵과 돌려막기로 시즌을 통과하려다 그대로 무너졌다.

상암은 원래 우리 편이어야 한다.
근데 2025의 상암은 이상하게 더 답답했다.
홈팬 앞에서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인지,
혹은 홈이든 원정이든 팀의 기본 설계가 흔들린 건지,
어쨌든 팬 입장에선 한 문장이 남는다.
“상암에서 우리가 더 작아 보였다.”
전반기까진 “그래도 수비는 버틴다”는 말이 가능했다.
근데 김주성 이탈 이후, 그 줄이 끊어지면서
실점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수비는 한 명의 공백을 1:1로 메우는 영역이 아니다.
특히 센터백은 더 그렇다.
조직의 언어, 간격, 커버의 약속이 무너진다.
그 불안이 골키퍼 폼 하락과 엮이면서
한 번 흔들리면 멈추질 못하는 팀이 됐다.
상위권 올라가려면,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가 있다.
그런데 올해 서울은
하위권 팀들을 상대로도 확실히 찍어누르지 못했다.
버스 세우는 팀을 상대로
주도권을 ‘결과’로 바꾸는 설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팬들은 경기 끝나고 이렇게 검색한다.
“FC서울 문제점”
그리고 더 무서운 검색이 따라온다.
“FC서울 다음 시즌”
기성용의 폼, 계획, 팀의 세대교체… 다 논쟁거리일 수 있다.
근데 팬들이 분노한 건 경기력보다 다른 지점이었다.
서울은 레전드와의 작별이 왜 매번 매끄럽지 못했나.
이건 단순히 한 선수의 이탈이 아니라
클럽 문화와 프런트 신뢰의 문제로 이어졌다.
우리가 팀을 사랑하는 방식이 ‘기억’에 기대는 만큼,
그 기억을 대하는 태도는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
나는 내년에 서울이 갑자기 완벽해질 거라고 말 못 한다.
다만, 바뀌어야 할 우선순위는 분명하다고 본다.
진짜 9번, 혹은 9번을 ‘덜 외롭게’ 만드는 구조
즉전감 6번(3선) 확보 — 돌려막기 종료
윙어를 ‘수비가담 시험지’에서 해방시키기
홈에서 더 작아지는 멘탈·운영 패턴 정리
선제실점 후 플랜B(교체/전술/세트피스 루틴) 매뉴얼화
레전드와의 이별을 ‘클럽의 품격’으로 관리하기
이 중 하나만 해도 팀은 달라진다.
여섯 개를 동시에 해내면, 그때야 “우승”이라는 말을 꺼낼 자격이 생긴다.
올해 우리는 계속 같은 질문을 했다.
“왜 안 되나?”
“그래서 내년은?”
그 질문을 아직도 하고 있다는 건,
우리가 FC서울을 아직 놓지 않았다는 뜻이다.
2026은 제발,
“될 듯 말 듯”이 아니라
**“이 팀은 이렇게 이긴다”**를 다시 보여주는 시즌이었으면 한다.
상암에서, 우리가 다시 확신할 수 있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