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니폼을 꺼내 놓으면
열에 아홉은 이렇게 묻는다.
“45번이 누구였지?”
그래서 이 유니폼은
설명이 먼저 필요한 유니폼이다.
하지만 그 설명을 다 듣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
그래서 이 유니폼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거구나.
**손현준**은
안양 LG 치타스 시절,
스리백의 한 자리를 책임졌던 파이터형 수비수였다.
1995~1998
2000~2003
1999년 부산으로 잠시 떠났던 1년을 제외하면
사실상 안양 LG에서 커리어를 쌓은 선수다.
164경기 1득점.
수치만 보면 조용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는 전혀 조용하지 않은 선수였다.
손현준의 장점은 명확했다.
맨마킹
몸싸움
공격수를 귀찮게 만드는 집요함
1999년 대한화재컵 결승전에서
샤샤 드라쿨리치가 이성을 잃고 퇴장을 당할 정도였으니,
그 스타일은 설명이 필요 없다.
잘 보이지 않지만
상대에겐 분명히 남는 수비.
그게 손현준이었다.

손현준 하면
많은 팬들은 3번을 먼저 떠올린다.
2000년 우승 시즌, 그 등번호다.
하지만 이번 포스팅의 주인공은
선수 경력 후반기에 달았던 45번이다.
주전 경쟁이 치열해지고,
팀이 변해가던 시기.
그래서 이 45번은
전성기의 번호라기보다는
끝까지 팀에 남아 있던 시간의 번호에 가깝다.

1999년,
부산 대우 로얄즈로 트레이드.
하지만 컨디션 난조와
챔피언결정전 자책골이라는 아픈 기억 끝에
1년 만에 친정 안양 LG로 돌아온다.
그리고 2000년,
조광래 감독 아래에서
마침내 K리그 우승을 경험한다.
이 선수의 커리어는
성공과 실패가 분명히 공존한다.
그래서 더 사람 냄새가 난다.
은퇴 후에도
손현준은 축구를 떠나지 않았다.
FC서울 2군 코치
대구FC 수석 코치
그리고 현재는 김해FC 감독
2025시즌 K3리그 우승.
2026시즌, 김해FC의 K리그2 도전.
선수로서 버텼던 사람은
지도자가 되어도 버틴다.
이 유니폼은
자랑용이 아니다.
누군가에겐
기억조차 희미한 번호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시절 안양LG를 봤던 팬,
수비 한 장면 한 장면을 기억하는 팬에겐
이 45번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그래서 이 유니폼은
오늘도 옷장에 남아 있다.
모든 유니폼이
레전드의 번호일 필요는 없다.
어떤 유니폼은
팀을 버텨낸 시간을 상징한다.
손현준의 45번이
딱 그런 유니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