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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레드 존 2026년 03월 16일
제주 원정 해답 찾은 FC서울, 이승모 90+3 극장골로 징크스까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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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원정 해답 찾은 FC서울, 이승모 90+3 극장골로 징크스까지 넘었다

고베 원정이 끝난 뒤라 그런지, 이 경기는 시작 전부터 분위기가 조금 묘했다.

 

탈락은 아쉬웠지만 팀이 완전히 무너진 건 아니었고, 오히려 “조금만 더 맞아 들어가면 된다”는 감각이 남아 있던 시점이었다.

그래서 이번 제주 원정은 단순한 리그 3라운드라기보다, FC서울이 시즌 초반 어떤 팀이 될지를 보여주는 시험대에 가까웠다.

 

그리고 90분이 지난 뒤 돌아보면, FC서울은 그 시험지에 꽤 선명한 답을 적어냈다.

 

지난해 제주에 3연패를 당했던 기억도 끊었고, ACLE 탈락 이후의 어수선함도 털어냈다.

거기에 개막 2연승까지 챙겼다.

점수는 2-1. 그런데 이건 그냥 한 줄 결과로 끝낼 경기가 아니었다.

 


전반전은 답답했다, 생각보다 잘 안 풀렸다

전반전은 솔직히 시원하지 않았다.

 

서울은 공을 더 오래 잡았지만, 제주가 4-4-2 간격을 촘촘하게 유지하면서 중앙 공간을 쉽게 내주지 않았다.

프리뷰에서 예상했던 그림과 꽤 비슷했다.

서울이 경기를 잡고는 있지만 박스 근처에서 결정적으로 찢어내는 장면은 많지 않았다.

 

주중 고베전 여파도 조금은 느껴졌다.
 

초반 빌드업은 매끄럽지 않았고, 몇몇 구간에서는 전개 속도도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았다.

김기동 감독도 경기 후 초반 흐름이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는데, 실제 경기에서도 그 느낌이 있었다.

 

물론 아예 장면이 없었던 건 아니다.
 

정승원의 크로스를 받은 클리말라의 슈팅, 코너킥 혼전 이후 다시 이어진 슈팅처럼 한두 번은 제주 골문을 흔들 기회가 있었다.

다만 마지막 한 끗이 부족했다.

 

전반 0-0은 스코어만 놓고 보면 무난했지만, 체감은 분명 답답한 쪽에 가까웠다.

 


후반, 서울은 확실히 변했다

그래도 후반전은 달랐다.

 

하프타임에 문선민 대신 송민규를 넣으면서 측면 전개에 변화를 줬고, 전체적인 간격 조정도 전반보다 훨씬 나아졌다.

빌드업 때 상대가 압박하기 쉬운 구조를 조금씩 바꾸면서 제주가 달라붙는 타이밍을 빼앗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안데르손의 움직임, 최준의 전진, 그리고 박스 근처에서의 연결이 살아났다.
 

서울이 후반 들어 템포를 한 단계 올렸다는 느낌이 분명히 있었다.

 

이 부분이 중요했다.
 

전반엔 “잡고는 있는데 못 푼다”는 느낌이었다면, 후반엔 “조금씩 흔들고 있다”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로스의 선제골, 그냥 세컨볼이 아니었다

후반 52분 선제골은 서울이 후반 들어 만든 변화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정승원의 프리킥 이후 안데르손, 최준, 황도윤으로 이어진 연결이 나왔고, 마지막에 클리말라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흘렀다.

그 공을 로스가 침착하게 밀어 넣었다.

 

겉으로 보면 세컨볼 마무리지만, 그 직전까지의 패스 흐름과 박스 안 숫자 싸움이 괜찮았다.
 

서울이 후반에 측면과 하프스페이스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결과가 그대로 득점으로 이어진 셈이다.

 

로스 개인에게도 의미 있는 골이었다.
 

K리그 데뷔골이자 FC서울 데뷔골. 게다가 생일골이라는 이야기까지 붙었다.

시즌 초반 수비수의 공격 가담으로 득점원이 하나 생긴 건 꽤 반갑다.

 

이런 골은 서울월드컵경기장, 상암 홈경기에서도 중요해진다.
 

상대가 내려앉는 경기에서 세트피스와 세컨볼 득점은 흐름을 푸는 가장 현실적인 답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스탯은 서울 쪽이었다

이 경기는 결과만 극적이었지, 내용 자체는 서울 쪽 무게감이 더 컸다.

  • 볼점유율 62%

  • 슈팅 13대9

  • 유효슈팅 8대2

  • 코너킥 8대2

특히 유효슈팅 8대2는 꽤 분명한 수치다.
 

서울이 단순히 공만 오래 잡은 게 아니라, 실제로 더 위협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이 경기는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경기 내용은 서울 쪽이었고, 승부는 마지막에야 확정됐다.



그런데도 놓칠 뻔했다는 게 이 경기의 또 다른 얼굴이다

문제는 추가골이었다.

 

서울은 선제골 이후 경기 주도권을 더 분명히 잡았지만, 두 번째 골을 만들지 못했다.

이 부분은 이번 경기에서 가장 크게 남는 숙제다.

내용상 우위가 있었고, 찬스 생산도 더 많았는데 승부를 빨리 닫아버리지는 못했다.

 

제주도 그냥 주저앉지는 않았다.
 

네게바, 기티스, 남태희를 활용해 한 번씩 날카로운 전환을 보여줬고, 교체 카드로 경기 흐름을 바꿔보려 했다.

 

결국 후반 88분, 교체 투입된 최병욱이 오른쪽에서 박스 안으로 치고 들어가 동점골을 만들었다.
 

그 순간은 정말 작년에 봤던 장면들이 겹쳐 보일 정도였다.

 

“설마 또 이렇게 되는 건가.”

 

아마 많은 팬들이 같은 생각을 했을 거다.

 


그래도 이번 서울은 무너지지 않았다

여기서 이번 FC서울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지난해 같았으면, 혹은 시즌 초반 흔들리는 팀이었다면 그 동점골 하나에 분위기가 완전히 꺾여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서울은 바로 다시 달려들었다.

 

동점 직후 정승원에게 찾아온 결정적인 찬스가 제주 수비의 육탄 방어에 막혔을 때만 해도 무승부 그림이 짙어 보였다.
 

그런데도 서울은 마지막 한 번을 더 만들었다.

 

이게 크다.
 

실점 이후 바로 주저앉지 않고, 다음 공격을 계속 만들 수 있는 팀이라는 건 시즌 전체 흐름에서도 꽤 중요한 차이다.

 


90+3, 이 골은 투지로 만들어낸 장면이었다

결승골 장면은 그래서 더 좋았다.

 

후반 추가시간 3분, 터치라인 쪽으로 나갈 듯한 공을 정승원이 끝까지 살려냈다.
 

그 공이 최준에게 연결됐고, 최준이 다시 크로스를 올렸다.

송민규가 헤더로 떨궈줬고, 마지막에 이승모가 머리로 마무리했다.

 

정승원의 투지, 최준의 크로스, 송민규의 침착함, 이승모의 박스 침투.

 

한 장면 안에 서울이 후반 내내 쌓아온 의지가 그대로 들어 있었다.

 

이 골은 화려해서 좋았다기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한 번에 끝낸 장면이 아니라, 끝난 줄 알았던 흐름을 다시 붙잡아서 만든 골이었다.

 

그래서 더 팬들 마음에 남는다.

 


이승모의 결승골은 전술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승모의 득점은 단순히 해결사 본능만으로 설명하기엔 아깝다.

 

최근 김기동 감독이 미드필더들에게 크로스 상황에서 박스 안까지 적극적으로 들어가라고 주문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번 골이 바로 그 결과였다.

이승모는 원래 중원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도 잘하는 선수지만, 이런 식으로 마무리까지 해주면 서울 중원의 공격성은 훨씬 입체적으로 변한다.

 

게다가 경기 후 이승모가 히로시마전 추가시간 실점을 떠올렸다고 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그 아픈 기억이 이번에는 포기하지 않는 힘으로 바뀐 셈이다.

 

축구는 이런 게 참 묘하다.
 

무너지게 만들었던 기억이, 어떤 날에는 끝까지 버티게 만드는 재료가 되기도 한다.

 


프리뷰에서 말했던 해답, 실제 경기에서도 보였다

이번 경기는 프리뷰와 연결해서 보면 더 선명하다.

 

프리뷰에서 핵심으로 본 건 세 가지였다.

  • 압박 이후 빠른 전환

  • 제주 수비를 흔들 측면 공략

  • 바베츠 공백 속 중원과 수비 밸런스

실제 경기에서도 이 세 가지가 거의 그대로 드러났다.

 

전반엔 압박과 전환이 완전히 살아나지 못했지만, 후반 들어 간격 조정 이후 서울의 템포가 살아났다.
 

측면 공략은 득점 장면과 결정적 기회들로 연결됐다.
 

바베츠 공백은 초반에 약간 불안했지만, 야잔 선발 카드와 후반 조정으로 어느 정도 버텨냈다.

 

완벽한 해답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어떻게 이 팀이 경기를 풀어가려 하는지”는 분명히 보였다.

 


아직 남아 있는 숙제도 있다

물론 칭찬만 할 경기는 아니다.

 

서울은 13개의 슈팅과 8개의 유효슈팅을 만들고도 끝까지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갔다.
 

좋은 팀이 되려면 이런 경기를 2-0으로 정리하는 힘도 필요하다.

 

리드를 잡은 뒤 전환 수비 집중력, 추가골을 넣는 결정력, 그리고 경기 막판 관리 능력은 여전히 시즌 내내 확인해야 할 포인트다.

 

특히 강한 팀일수록 “잘한 경기에서 불필요하게 고생하지 않는 법”이 중요하다.
 

이번 승리는 기분 좋지만, 동시에 그 숙제도 함께 남긴 경기였다.

 


그래도 이 승리는 그냥 크지 않다. 꽤 크다

그럼에도 이 경기를 크게 느끼게 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 ACLE 탈락 직후

  • 지난해 제주전 3연패

  • 바베츠 결장 변수

  • 제주월드컵경기장 원정

  • 88분 동점 허용

이 조건들을 다 끌어안고도 결국 승리를 가져왔다.

 

이건 단순히 승점 3 하나가 아니다.
 

팀 분위기, 선수단 자신감, 팬들의 기대치까지 함께 끌어올리는 승리다.

 

개막 2연승, 승점 6, 리그 2위.
 

울산과 승점은 같고 다득점에서만 밀렸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FC서울이 선두권 흐름에 올라탔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히 의미가 있다.

 


결국 이번 제주 원정이 남긴 건 하나다

프리뷰에서 마지막에 이런 질문을 던졌었다.


“제주라는 상대를 이번에는 정말 넘어설 수 있을까.”

 

답은 나왔다.

완벽하게 압도한 경기는 아니었다.


답답한 전반도 있었고, 놓칠 뻔한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도 결국 다시 일어나 마지막 한 번을 만들어냈다.

 

이번 FC서울은 적어도, 흔들리면 그대로 무너지는 팀 같지는 않다.

그게 이번 제주 원정이 남긴 가장 큰 수확이다.


그리고 이런 승리는 결국 서울월드컵경기장, 상암에서 이어질 다음 분위기까지 바꿔놓는다.

그날 제주 원정에서 서울이 가져온 건 승점 3만이 아니었다.


팀이 시즌 초반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믿음까지 챙겨왔다.

 

이제 궁금해지는 건 하나다.
이번 제주전에서 보여준 그 끈질김, 그걸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FC서울의 2026시즌은 아직 초반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벌써 조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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