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휴식기 이후 첫 경기.
경기력은 아주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결과는 가장 중요했던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FC서울은 7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1 16라운드, 이른바 경인더비에서 1-0 승리를 거뒀습니다.
후반 80분 정승원의 결승골이 승부를 갈랐고, 서울은 승점 35점으로 리그 선두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기록만 보면 꽤 팽팽했습니다.
점유율은 서울 46%, 인천 54%. 슈팅은 서울 5개, 인천 4개. 유효슈팅도 서울 3개, 인천 2개였습니다.
압도적인 지배라기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쉽게 열지 못한 경기였습니다.
다만 축구에서 중요한 건 결국 어느 팀이 가장 위험한 순간을 더 정확하게 만들었느냐입니다.
이날 서울은 많지 않은 기회 중 하나를 골로 바꿨고, 인천은 가장 좋은 장면을 구성윤에게 막혔습니다.
결국 이 경기는 “잘 풀린 경기”라기보다 “어려운 흐름을 이긴 경기”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습니다.
김기동 감독은 4-4-2를 선택했습니다.
골문은 구성윤, 포백은 최준-야잔-로스-김진수, 중원에는 정승원-손정범-바베츠-조영욱이 섰고, 전방에는 안데르손과 후이즈가 배치됐습니다.
인천 역시 4-4-2였습니다.
윤정환 감독은 페리어와 이청용을 전방에 두고, 제르소-서재민-이명주-이동률로 미드필드 라인을 구성했습니다.
겉으로는 같은 4-4-2였지만, 초반 경기의 방향성은 조금 달랐습니다.
서울은 전방 두 명을 통해 인천 센터백의 전진 패스를 제한하려 했고, 측면 미드필더들이 인천 풀백을 따라붙으며 압박의 출발점을 잡았습니다.
다만 전반에는 이 압박이 완전히 날카롭게 들어갔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휴식기 이후 첫 경기 특유의 무거움도 있었고, 인천이 초반부터 중원에서 강하게 부딪히면서 서울의 전진 패스 루트가 자주 끊겼습니다.
인천은 제르소를 중심으로 빠른 전환을 노렸습니다.
특히 서울이 공격으로 올라선 뒤 볼을 잃는 순간, 제르소가 왼쪽에서 속도를 붙이면 서울 입장에서는 꽤 불편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전반 36분 서재민의 결정적인 찬스도 바로 그 흐름에서 나왔습니다.
제르소가 전진했고, 서재민이 박스 안에서 슈팅까지 가져갔습니다.
여기서 구성윤이 각을 빠르게 좁히며 막아낸 장면은 사실상 전반전의 승부처였습니다.
서울 입장에서는 이 장면을 넘긴 것이 컸습니다.
전반에 슈팅 없이 마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먼저 실점했다면 후반 운영이 훨씬 어려워질 수 있었습니다.
전반 서울은 공격 전개가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중앙에서 전진 방향을 잡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손정범과 바베츠가 중원에서 버티는 구조였지만, 인천도 서재민과 이명주를 중심으로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서울이 후방에서 짧게 풀어가려 할 때 인천의 1차 압박이 생각보다 촘촘했고, 측면으로 공이 빠져도 바로 다음 패스 선택지가 제한됐습니다.
특히 후이즈와 안데르손 투톱이 전방에서 공을 받아주는 장면이 많지 않았습니다.
안데르손은 움직임 자체는 활발했지만, 전반에는 박스 근처에서 위협적인 슈팅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후이즈 역시 인천 센터백 사이에서 고립되는 시간이 길었습니다.
서울이 전반에 기대했던 장면은 세트피스였습니다.
김진수의 왼발 킥, 정승원의 코너킥이 몇 차례 나왔지만 문전에서 확실한 마무리까지 연결되지는 않았습니다.
전반 35분 김진수의 프리킥과 이어진 정승원의 코너킥은 방향은 나쁘지 않았지만, 인천 수비가 잘 버텼습니다.
이날 전반은 전형적인 더비 경기의 흐름이었습니다.
파울이 많고, 템포는 자주 끊기고, 서로가 먼저 열리기를 기다리는 경기. 서울도 무리하게 라인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실점하지 않는 선에서 균형을 유지했습니다.
다소 답답했지만, 완전히 나쁜 전반은 아니었습니다.
버텼기 때문입니다.
정승원의 골이 당연히 가장 크게 남지만, 이 경기를 복기하면 구성윤의 전반 36분 선방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인천의 역습은 꽤 위협적이었습니다.
제르소가 서울의 압박을 벗겨낸 뒤 빠르게 전진했고, 서재민에게 좋은 타이밍으로 패스를 넣었습니다.
서재민은 골키퍼와 가까운 거리에서 슈팅했지만, 구성윤이 앞으로 튀어나와 슈팅 각도를 줄였습니다.
이 장면에서 구성윤은 단순히 반사신경으로 막은 게 아니었습니다.
위치 선정이 좋았습니다.
골라인에 머무르지 않고, 상대가 슈팅하기 직전 한 박자 빠르게 전진했습니다.
그렇게 각을 줄여놓으니 서재민 입장에서는 슈팅 코스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이런 선방은 스코어보드에 직접 남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경기 흐름에는 크게 남습니다.
서울이 0-1로 끌려갔다면 인천은 후반에 더 낮게 내려앉고, 제르소와 이동률의 속도를 활용한 역습에 집중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서울은 더 급해졌을 겁니다.
구성윤의 선방 덕분에 서울은 후반을 0-0에서 다시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이게 컸습니다.
김기동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후이즈를 빼고 송민규를 투입했습니다.
이 교체는 단순한 선수 교체가 아니라 공격 방식의 변화였습니다.
전반 서울은 전방에서 공을 받아주는 연결고리가 부족했습니다.
후이즈가 박스 안에서 버티는 유형이라면, 송민규는 더 넓게 움직이면서 공을 받습니다.
측면으로 빠지기도 하고, 하프스페이스에서 돌아서기도 하며, 상대 수비 라인을 흔드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송민규 투입 이후 서울은 조금씩 박스 근처에서 두 번째 공격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후반 67분 송민규의 터닝 슈팅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골문 위로 벗어났지만, 그 장면은 전반에는 잘 나오지 않았던 유형의 공격이었습니다.
박스 안에서 등을 지고 받은 뒤 몸을 돌려 슈팅까지 가져가는 장면. 수비를 완전히 무너뜨리지는 못했지만, 인천 센터백에게는 훨씬 귀찮은 움직임이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송민규가 들어오면서 안데르손의 활동 공간도 조금 살아났다는 점입니다.
후반 55분 안데르손의 슈팅 장면 역시 서울이 전반보다 빠르게 전진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정승원이 머리로 떨궈주고, 안데르손이 잡아 슈팅까지 가져간 장면은 서울이 후반 들어 공격의 리듬을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득점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런 장면들이 쌓이면서 인천 수비 라인은 조금씩 뒤로 밀렸습니다.
후반 63분 조영욱을 대신해 문선민이 들어왔습니다.
이 교체도 꽤 중요했습니다.
조영욱은 전방 압박과 수비 가담에서 장점이 있는 선수입니다.
반면 문선민은 공간이 열렸을 때 상대 수비를 직접 밀고 들어갈 수 있는 카드입니다.
경기가 60분을 넘어가면 수비 집중력은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라인 사이의 간격도 벌어집니다.
김기동 감독은 그 시점에 스피드를 넣었습니다.
이후 서울은 역습의 질이 달라졌습니다. 후반 80분 결승골 장면도 큰 틀에서는 이 흐름과 연결됩니다.
인천이 무고사와 박승호를 넣으며 공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서울은 그 뒤에 생긴 공간을 활용했습니다.
문선민이 직접 득점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인천 수비가 서울의 측면 스피드를 의식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후반 89분 문선민이 왼쪽 측면을 파고들어 슈팅까지 가져간 장면도 마찬가지입니다.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지만, 서울이 리드 이후에도 단순히 내려앉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역습으로 추가골을 노렸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문선민 투입은 경기의 무게중심을 조금 바꿨습니다.
서울은 후반 중반 이후 더 빠르고 직선적인 팀이 됐습니다.
후반 80분, 드디어 균형이 깨졌습니다.
장면은 간결했습니다.
역습 상황에서 공이 손정범에게 연결됐고, 손정범은 오른쪽에 있던 정승원에게 내줬습니다.
정승원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수비를 벗겨냈고, 왼발로 낮고 빠른 슈팅을 때렸습니다.
공은 골문 하단 구석으로 향했고, 김동헌 골키퍼가 손을 댔지만 막기 어려웠습니다.
좋은 골이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정승원다운 골이었습니다.
정승원은 이날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했지만, 단순히 측면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코너킥을 전담하며 세트피스의 시작점이 됐고, 수비 시에는 라인을 내려 최준과 함께 인천의 측면 전개를 막았습니다.
공격에서는 오른쪽 터치라인에 붙어 있다가도, 필요할 때 안쪽으로 좁혀 들어오며 슈팅 각도를 만들었습니다.
결승골 장면이 바로 그 움직임이었습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순간, 인천 수비는 한 박자 늦었습니다.
정승원은 오른발잡이처럼 보이는 자세에서 왼발 슈팅을 선택했고, 이 선택이 좋았습니다.
수비가 블록을 세우기 전에 낮게 깔아 찼기 때문에 골키퍼 입장에서는 반응이 늦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골은 단순히 개인 능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후반 들어 서울이 점점 더 인천을 뒤로 밀어놓았고, 송민규와 문선민 투입 이후 인천 수비가 좌우로 흔들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승원이 안으로 들어올 공간이 생겼습니다.
손정범의 패스 선택도 좋았습니다.
무리하게 중앙으로 끌고 가지 않고, 더 좋은 각도를 가진 정승원에게 넘겼습니다.
한 방이었지만, 그 한 방을 만들기 위한 흐름은 꽤 오래전부터 쌓이고 있었습니다.
손정범은 이번 경기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기록상으로는 결승골의 연결고리였고, 후반 86분에는 직접 중거리 슈팅까지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더 눈에 띄는 건 중원에서의 위치 선정이었습니다.
전반에는 인천의 압박에 고전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파울도 몇 차례 나왔고, 경기 리듬을 완전히 잡았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후반으로 갈수록 손정범은 서울의 전진 연결에서 중요한 축이 됐습니다.
특히 정승원 골 장면에서 손정범의 판단이 좋았습니다.
역습 상황에서 볼을 잡은 뒤 곧바로 슈팅이나 무리한 전진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오른쪽에서 더 좋은 각도로 들어오던 정승원에게 공을 내줬고, 그 판단 하나가 결승골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장면은 단순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더비 경기, 0-0, 후반 막판. 그 상황에서 침착하게 더 좋은 선택지를 보는 건 꽤 큰 능력입니다.
후반 막판 중거리 슈팅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서울이 1-0으로 앞선 뒤에도 인천을 자기 진영에만 묶어두지 않았고, 두 번째 골을 노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습니다.
김동헌의 선방에 막혔지만, 경기 종료 전까지 인천이 라인을 완전히 올리기 어렵게 만든 장면이었습니다.
프리뷰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로 꼽을 수 있었던 건 역시 무고사였습니다.
다만 이날 윤정환 감독은 무고사를 선발로 쓰지 않고 후반 68분에 투입했습니다.
페리어를 먼저 세우고, 후반 승부처에서 무고사를 넣는 구상이었습니다.
인천 입장에서 이 선택이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전반에는 제르소와 이동률의 속도, 서재민의 침투로 서울을 괴롭히려 했고 실제로 서재민의 일대일 찬스까지 만들었습니다.
후반 초반 이동률의 헤더 득점 취소 장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고사가 들어온 뒤에도 인천의 공격은 예상만큼 날카롭게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서울 수비진이 중앙 공간을 잘 닫았기 때문입니다.
야잔과 로스는 무고사가 박스 안에서 자유롭게 자리 잡는 걸 허용하지 않았고, 김진수와 최준도 측면 크로스 상황에서 크게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인천은 점유율 54%를 기록했지만, 유효슈팅은 2개에 그쳤습니다.
공을 오래 갖고 있었지만 서울 박스 안을 반복해서 열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후반 막판 서울이 이승모와 이한도를 투입해 수비 안정성을 높인 뒤에는 인천의 공격 루트가 더 단조로워졌습니다.
서울이 잘 버틴 경기였습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버티는 방식이 꽤 단단했습니다.
정승원이 골을 넣은 뒤 김기동 감독은 바로 경기 운영을 바꿨습니다.
후반 85분 안데르손을 빼고 이승모를 투입했습니다. 이 교체는 명확했습니다.
앞선 한 골을 지키기 위해 중원 숫자와 수비 밸런스를 강화한 선택이었습니다.
이승모가 들어오면서 서울은 중원에서 한 번 더 압박을 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인천이 전방으로 길게 넣을 때 세컨드볼을 따내거나, 적어도 상대가 편하게 전진하지 못하도록 방해했습니다.
1-0 리드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건 어설프게 내려앉아 계속 두드려 맞는 흐름입니다.
서울은 완전히 내려앉기보다는 중원에서 한 차례 더 끊어내는 쪽을 택했습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손정범을 빼고 이한도를 넣었습니다.
이건 사실상 경기 잠그기였습니다.
인천이 마지막까지 무고사를 활용한 박스 안 경합을 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높이와 수비 숫자를 보강한 선택이었습니다.
김기동 감독의 교체 흐름을 보면 꽤 단계적이었습니다.
하프타임 송민규로 공격 구조를 바꾸고, 63분 문선민으로 속도를 더하고, 골 이후 이승모와 이한도로 안정감을 확보했습니다.
흐름을 읽고 필요한 기능을 하나씩 넣은 경기였습니다.
이날 기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점유율입니다.
서울은 46%, 인천은 54%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점유율이 높은 팀이 경기를 지배했다고 보기 쉽지만, 이 경기는 그렇게 단순하게 읽히지 않습니다.
인천은 공을 더 오래 소유했지만, 서울 수비 블록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장면은 많지 않았습니다.
전반 서재민 찬스와 후반 이동률의 오프사이드 헤더가 가장 위협적이었습니다.
반면 서울은 슈팅 5개 중 3개를 유효슈팅으로 만들었고, 그중 하나를 골로 연결했습니다.
슈팅 수 자체가 적은 경기에서는 한 장면의 질이 중요합니다.
서울은 바로 그 장면의 질에서 앞섰습니다.
정승원의 슈팅은 방향과 타이밍 모두 좋았고, 구성윤은 인천의 가장 좋은 기회를 막았습니다.
결국 양쪽 박스 안에서 서울이 더 집중력 있었습니다.
축구에서 ‘효율’이라는 단어는 가끔 운처럼 들릴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서울의 효율은 단순한 운이 아니었습니다.
전반을 버티고, 후반에 교체로 흐름을 바꾸고, 인천이 라인을 올린 순간 정승원이 정확히 마무리했습니다. 과정이 있었습니다.
이번 승리는 단순한 1승이 아닙니다.
서울은 경인더비 4연승을 이어갔고, 무엇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인천을 상대로 다시 웃었습니다.
프리뷰에서도 언급했듯, 서울은 최근 인천 원정에서는 좋은 결과를 만들었지만 상암에서는 묘하게 답답한 흐름이 있었습니다.
홈 팬들 앞에서 인천을 상대로 확실히 승리하는 것, 그 자체가 이번 경기의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그리고 그 과제를 해결했습니다.
물론 내용적으로는 보완할 부분도 있습니다. 전반 공격 전개는 답답했고, 중원에서 압박을 풀어가는 장면도 더 정교해야 합니다.
투톱 조합이 상대 센터백을 흔드는 방식도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서울이 선두권 경쟁을 이어가려면, 이런 빡빡한 경기에서 찬스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그래도 중요한 건 이겼다는 점입니다.
휴식기 이후 첫 경기, 더비, 홈, 선두 수성. 이런 조건이 겹친 경기는 경기력이 조금 덜 매끄러워도 승점 3점이 우선입니다.
서울은 그걸 해냈습니다.
정승원의 골은 시즌 첫 골이었습니다.
그런데 터진 시점이 좋았습니다.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막판,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나왔습니다.
정승원은 원래 활동량과 투지가 먼저 떠오르는 선수입니다.
측면에서 수비 가담을 해주고, 세트피스를 처리하며, 전환 상황에서도 빠르게 올라갑니다.
하지만 이날은 거기에 결정력까지 더했습니다.
한 경기에서 측면 미드필더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꽤 넓게 수행했습니다.
골 이후 경고를 받을 정도로 감정이 올라온 장면도 있었지만, 더비라는 무대와 시즌 첫 골이라는 의미를 생각하면 이해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만큼 선수 본인에게도 큰 골이었을 겁니다.
서울 입장에서도 정승원의 득점 가담은 반갑습니다.
공격 포인트가 특정 선수에게만 몰리면 시즌이 길어질수록 상대의 견제가 쉬워집니다.
측면과 중원 자원들이 골을 나눠 넣기 시작하면 팀 공격은 훨씬 다양해집니다.
이날 정승원의 골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습니다.
프리뷰에서 이번 경기를 ‘후반기의 첫 단추’라고 봤습니다. 그리고 서울은 그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웠습니다.
7월 일정은 서울에게 중요합니다.
인천전을 시작으로 홈 경기 비중이 높고, 이동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은 구간입니다.
이런 일정에서 승점을 얼마나 쌓느냐가 시즌 막판 순위 경쟁에 큰 영향을 줍니다.
특히 선두를 달리는 팀은 추격자들과 다르게 압박을 받습니다.
이겨야 본전처럼 느껴지는 경기가 많아집니다.
그래서 이날 승리는 더 값졌습니다. 압도하지 못했지만 이겼고, 전반에 고전했지만 후반에 수정했고, 마지막에는 수비적으로 버텼습니다. 좋은 팀이 시즌을 치르면서 반드시 가져야 하는 승리 방식입니다.
서울이 매 경기 화려하게 이길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전반을 버티고, 후반 교체로 흐름을 바꾸고, 단 한 번의 슈팅으로 승부를 끝내야 합니다.
이날 경기가 딱 그랬습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다시 열린 경인더비.
정승원의 왼발 한 방이 상암의 밤을 갈랐고, 서울은 다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이제 중요한 건 이 흐름을 이어가는 일입니다.
휴식기 이후 첫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챙긴 서울은, 적어도 가장 까다로운 시작은 잘 넘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