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설매치는 '실수하지 않는 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결과는 조금 달랐다. 두 팀 모두 끝내 실수하지 않았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1라운드는 0-0으로 끝났다.
화끈한 공격 축구를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결과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승 경쟁이라는 큰 흐름 안에서 바라보면 이 무승부는 단순한 승점 1이 아니었다.
서울은 직전 울산HD전 패배와 코리아컵 탈락 이후 분위기를 다시 세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반면 전북은 홈에서 선두와의 승점 차를 좁힐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그래서 경기 종료 후 두 감독의 표정이 의미하는 바도 분명했다.
김기동 감독은 "원정에서 승점 1점을 가져간 것이 다행이고, 오히려 전북이 더 아쉬울 경기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대로 정정용 감독은 "과정은 나쁘지 않았지만 마무리가 부족했다"고 돌아봤다.
같은 0-0이지만 두 감독이 바라본 무승부의 온도는 분명 달랐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가장 크게 언급했던 부분은 '지금의 전북은 4월 상암에서 만났던 전북이 아니다'라는 점이었다.
실제 경기 역시 그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정용 감독의 전북은 시즌 초반처럼 후방에서 짧은 패스만 반복하지 않았다.
서울이 압박 라인을 올리는 순간 과감하게 전개 방향을 바꾸거나 전방으로 빠르게 연결하며 압박을 건너뛰려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특히 전반 초반은 전북의 의도가 상당히 잘 드러났다.
경기 시작 15분 동안 전북은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며 서울를 자기 진영으로 밀어 넣었다.
조위제의 중거리 슈팅과 여러 차례 코너킥 역시 이런 흐름에서 나왔다.
서울이 익숙한 전방 압박을 시작하기도 전에 전북이 먼저 리듬을 만들려 했다는 의미다.
정정용 감독은 서울의 압박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우회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전개는 좋아졌지만 마지막 한 번이 부족했다.
슈팅은 전북이 12개로 서울(7개)보다 많았고 유효슈팅 역시 5대3으로 앞섰다.
그러나 그 숫자가 실제 결정적인 득점 기회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서울의 수비 조직이 중앙을 쉽게 열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 전 예상했던 서울의 전술은 전방 압박이었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 김기동 감독은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90분 내내 강하게 압박하기보다 라인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체력을 아끼는 운영을 선택했다.
이는 단순히 소극적인 축구와는 다르다.
폭염 속에서 전북과 맞붙는 원정 경기에서 서울은 언제 압박할지보다 언제 버틸지를 먼저 계산한 모습이었다.
실제로 서울의 볼 점유율은 51%로 전북보다 조금 높았지만 경기의 흐름을 계속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공을 오래 소유하면서 경기를 통제하기보다 수비 조직을 유지하고, 공을 탈취한 뒤 빠르게 전환하는 장면을 노렸다.
그 결과 슈팅은 적었지만, 전북도 서울를 쉽게 무너뜨리지 못했다.
이는 김기동 감독이 경기 후 "8월은 버티는 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배경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가 말한 버티기는 단순히 내려앉는 수비가 아니라, 위기를 견디면서 승점을 가져오는 경기 운영에 가까웠다.
이번 경기에서도 서울 중원의 핵심은 손정범이었다.
손정범의 활동량이 경기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실제 경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북이 강상윤과 오베르단을 중심으로 중원 장악을 시도할 때 손정범은 계속해서 압박의 첫 번째 선수 역할을 맡았다.
수비 상황에서는 공간을 메웠고, 공격으로 전환되는 순간에는 가장 먼저 앞으로 뛰었다.
후반 65분 문선민의 패스를 받아 골대를 강타한 슈팅 역시 이런 움직임의 연장선이었다.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서울이 이날 가장 결정적으로 골에 근접했던 장면이었다.
손정범은 후반 막판 경고를 받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압박했고, 여러 차례 파울을 감수하면서도 전북의 리듬을 끊는 역할을 수행했다.
숫자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서울가 중원에서 완전히 밀리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송민규에게 가장 특별한 원정이었다.
많은 시선이 친정팀과의 맞대결에 집중됐지만, 정작 송민규는 감정보다 역할에 집중했다.
왼쪽 측면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며 하프스페이스를 공략했고, 수비 전환 시에는 누구보다 빠르게 내려와 전북의 전개를 끊었다.
전반에는 다소 거친 몸싸움 끝에 경고를 받기도 했지만, 이는 오히려 경기의 치열함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후반 56분에는 직접 슈팅으로 전북 골문을 위협했고, 이후 60분 문선민과 교체되며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화려한 개인 플레이는 많지 않았지만 팀 전술 안에서 요구된 역할은 충분히 수행한 경기였다.
후반 60분 김기동 감독은 첫 번째 교체카드를 꺼냈다.
송민규를 빼고 문선민을 투입했다.
표면적으로는 측면 공격수 교체였지만, 의도는 조금 달랐다.
전반부터 서울은 전북의 압박을 벗어난 뒤에도 공격 전개 속도가 평소보다 느렸다.
안데르손과 클리말라가 전방에서 버텨주고 있었지만, 두 선수에게 공이 연결되기까지 시간이 길어졌다.
그 사이 전북은 수비 블록을 다시 정비했고 서울은 공격의 템포를 잃는 장면이 반복됐다.
문선민은 이런 흐름을 바꾸기 위한 카드였다.
실제로 투입 직후 가장 위협적인 장면이 나왔다.
후반 65분, 문선민은 측면에서 단순히 돌파를 시도하지 않았다. 안쪽으로 공을 운반한 뒤 손정범에게 정확한 패스를 연결했고, 손정범의 슈팅은 골대를 강타했다.
서울이 이날 만든 가장 결정적인 오픈플레이 장면이었다.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김기동 감독이 원하는 공격이 무엇인지 보여준 장면이었다.
측면 크로스보다 하프스페이스를 활용한 침투.
전북을 상대로는 측면보다 하프스페이스 공략이 중요하다고 전망했는데, 후반 손정범의 슈팅은 그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난 공격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선수는 구성윤이다.
유효슈팅 5개를 모두 막아냈다는 기록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선방의 내용이었다.
전북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승우, 오베르단, 기티스를 중심으로 연속해서 슈팅을 만들었다.
이 시간대는 경기 전체에서 서울이 가장 흔들렸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구성윤은 무리하게 앞으로 뛰어나오기보다 끝까지 자신의 위치를 유지했다.
추가시간 이탈로의 직접 프리킥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하게 처리하기보다 안정적으로 품에 안으며 마지막까지 경기의 리듬을 잃지 않았다.
수비진도 좋은 집중력을 보여줬다.
야잔과 로스는 기티스를 상대로 공중볼과 세컨드볼 경쟁에서 쉽게 밀리지 않았다.
특히 야잔은 이탈로가 투입된 이후 전북이 시도한 빠른 드리블 돌파를 여러 차례 차단했다.
김진수 역시 공격 가담보다 수비 균형 유지에 무게를 두며 이승우와 김예건의 침투를 관리했다.
최준은 후반 부상으로 교체되기 전까지 김승섭과의 일대일 대응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북이 슈팅 숫자에서는 앞섰지만, 서울 수비진이 허용한 '결정적인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이것이 무실점의 가장 큰 이유였다.
전북은 분명 발전한 팀이었다.
이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
시즌 초반 전북은 후방 빌드업이 지나치게 길어지면서 스스로 압박을 불러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서울이 전방 압박을 시도하면 빠르게 측면으로 전환하거나 롱패스를 활용해 압박을 건너뛰려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또 하나 눈에 띈 부분은 교체 활용이다.
60분 이탈로와 김예건을 동시에 투입하며 공격 속도를 높였고, 이후 감보아와 박지수까지 투입하며 끝까지 승리를 노렸다.
특히 K리그 데뷔전을 치른 이탈로는 짧은 시간에도 존재감을 남겼다.
폭발적인 드리블과 적극적인 슈팅으로 서울 수비를 흔들었고, 추가시간 직접 프리킥까지 맡을 정도로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경기 후 정정용 감독 역시 "1대1 능력과 마무리가 좋은 선수다. 컨디션을 끌어올리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전북도 분명한 과제를 남겼다.
좋은 전개가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는 문제다.
슈팅은 서울보다 많았지만, 결정적인 한 방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정정용 감독이 "과정은 나쁘지 않았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기 후 가장 인상 깊었던 인터뷰는 김기동 감독의 한마디였다.
"8월까지는 지지 않고 버티는 팀이 되어야 한다."
이 말은 단순히 수비적으로 경기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서울은 이미 울산전 패배와 코리아컵 탈락을 경험했다.
여기에 전주 원정, 35도에 가까운 폭염, 빡빡한 일정까지 겹쳤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었다.
김기동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과 경기 흐름을 냉정하게 판단했고, 이 경기에서는 '좋은 경기'보다 '좋은 결과'를 선택했다.
실제로 그는 경기 후 "경기력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지만, 이런 경기에서 승점 1점을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리그는 한 경기로 끝나지 않는다.
우승하는 팀은 항상 최고의 경기만 하는 팀이 아니라, 좋지 않은 경기에서도 승점을 가져오는 팀이다.
이번 전주 원정은 바로 그런 경기였다.
이번 경기를 '승점 3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경기'라고 표현했다.
결과를 보면 그 표현은 여전히 유효하다.
서울은 승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도 잃지 않았다.
전북과 승점 차는 그대로 9점을 유지했고, 올 시즌 맞대결에서도 1승 1무로 우위를 이어갔다.
무엇보다 울산전 패배 이후 곧바로 리그 연패에 빠지지 않았다는 점은 시즌 전체 흐름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다.
반대로 전북은 홈에서 선두와의 격차를 좁힐 기회를 놓쳤다.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슈팅도 많았고 후반에는 서울를 몰아붙인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우승 경쟁에서는 '잘한 경기'보다 '이긴 경기'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이날 결과는 서울보다 전북에게 더 아쉬운 무승부라고 볼 수 있다.
전설매치는 화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빈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예상했던 것처럼 승부는 전술적인 디테일과 집중력 싸움으로 흘러갔다.
다만 이번에는 그 집중력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서울은 전북의 변화를 견뎌냈고, 전북은 서울의 조직력을 끝내 무너뜨리지 못했다.
0-0이라는 스코어는 심심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승 경쟁이라는 긴 레이스 안에서 보면, 서울은 가장 어려운 원정 중 하나를 무실점으로 마치며 선두를 지켰다.
김기동 감독이 말한 '버티는 팀'이라는 표현은 변명이 아니라 현실적인 시즌 운영 전략이었다.
그리고 이번 전주 원정은 그 전략이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90분이었다.
전북 원정, 폭염, 주중 일정까지 고려한 경기 운영이었습니다. 서울은 무리한 전방 압박보다 수비 조직과 전환에 무게를 두며 경기 균형을 유지했습니다.
후반 65분 문선민의 패스를 받은 손정범의 슈팅입니다. 골대를 맞고 나왔지만 서울이 오픈플레이에서 만든 가장 위협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슈팅(12-7), 유효슈팅(5-3)에서는 전북이 앞섰습니다. 다만 서울의 수비 조직을 완전히 무너뜨릴 정도의 결정적인 기회는 많지 않았고, 서울 역시 계획한 경기 운영으로 승점 1을 가져갔습니다.
서울은 선두를 유지하며 전북과의 승점 차를 9점으로 지켰습니다. 또한 올 시즌 전북 상대 1승 1무를 기록하며 맞대결 우위도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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