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구매한 유니폼은 FC서울의 2026시즌 블라썸 에디션, 마킹은 18번 조영욱입니다.
핑크와 화이트 스트라이프가 눈에 먼저 들어오는 유니폼이지만, 이번에는 디자인보다 등에 새긴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2018년 FC서울에 입단한 조영욱은 여러 감독과 여러 포지션을 거치면서도 서울에 남았고, 2025년에는 큰 부침을 겪은 뒤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리고 재계약 후 맞은 2026시즌, 다시 18번을 달고 뛰고 있습니다.
이번에 FC서울 2026 블라썸 에디션을 구매했습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도 상당히 밝은 유니폼이었는데, 실제로 받아보니 확실히 기존 FC서울 유니폼과 분위기가 다릅니다.
핑크와 화이트 세로 스트라이프가 중심이고 검은색 카라와 소매 끝이 전체적인 인상을 잡아줍니다.
FC서울의 전통적인 레드·블랙과는 꽤 거리가 있는데도 엠블럼과 검은색 마킹이 들어가니 묘하게 서울 유니폼이라는 느낌은 남습니다.
2026 블라썸 에디션은 벚꽃 시즌에 맞춰 나온 스페셜 유니폼입니다.
당시 정보를 기준으로 기본 가격은 10만9천 원, 풀패치는 15만 원이었고 4월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전에서 선수들이 착용했습니다.
FC서울 공식 일정에서도 이날 대전과의 홈경기가 편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유니폼을 놓고 디자인 이야기만 하기에는 뒷면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조영욱, 18번.
그래서 이번 글은 일반적인 유니폼 구매 후기와는 조금 다르게 써보려고 합니다.
제가 산 것은 블라썸 에디션이지만,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결국 조영욱이라는 선수입니다.
조영욱을 오랫동안 보다 보면 평가하기 참 묘한 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측 윙어도 됩니다.
최전방도 가능하고 세컨톱도 소화합니다.
필요하면 왼쪽으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선수를 흔히 유틸리티 플레이어, 즉 여러 포지션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이 표현이 조영욱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약점까지 설명한다는 겁니다.
최전방 공격수라고 하기에는 상대 센터백을 등지고 버티는 플레이가 강점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전형적인 측면 공격수처럼 압도적인 스피드로 풀백을 계속 벗겨내는 유형도 아닙니다.
대신 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움직이고, 들어가고, 슈팅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조영욱을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조영욱을 볼 때는 볼을 잡은 순간만 보면 조금 심심할 때가 있습니다.
오히려 봐야 하는 건 그 전입니다.
공격수가 수비수 사이에서 언제 움직이는지, 동료가 볼을 잡았을 때 어느 공간으로 들어가는지, 슈팅할 수 있는 위치를 어떻게 선점하는지를 말하는 오프더볼 움직임에서 조영욱의 장점이 잘 드러납니다.
2018년 부산과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나온 발리슛도 그랬고, 이후 서울에서 기록한 여러 득점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찾을 수 있습니다.
수비 뒷공간으로 먼저 들어가거나 세컨볼이 떨어질 위치에 나타나는 장면이 많습니다.
2025년에도 리바운드와 크로스 상황에서 이런 특성이 반복됐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생기면 주저하지 않습니다.
'슈팅 몬스터'라는 별명처럼 코스를 끝까지 재기보다는 힘을 실어 빠르게 때리는 장면이 많습니다.
이게 잘 맞아떨어지는 날에는 꽤 시원합니다.
반대로 안 맞는 날에는 팬 입장에서 답답해집니다.
좋은 위치까지 들어갔는데 마지막 슈팅이 빗나가는 장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영욱에게는 조금 역설적인 평가가 따라다녔습니다.
득점할 위치를 찾아가는 능력과 그 기회를 실제 득점으로 바꾸는 능력이 항상 같은 수준으로 움직이지는 않았습니다.
이 차이가 조영욱이라는 선수를 평가하기 어렵게 만드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조영욱의 FC서울 커리어를 길게 보면 재미있는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감독이 바뀌어도 씁니다.
포메이션이 달라져도 씁니다.
그런데 역할은 계속 달라집니다.
데뷔 시즌인 2018년부터 이미 윙어와 중앙 미드필더, 스트라이커를 오갔습니다.
당시 최용수 감독의 평가도 흥미롭습니다.
특출난 한 가지보다는 뚜렷한 약점이 없다는 취지의 평가였습니다.
조영욱 본인은 자신의 움직임을 더 살리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후 커리어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조영욱은 계속 감독들이 쓰고 싶은 선수였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팬들은 계속 물었습니다.
그래서 조영욱의 가장 좋은 자리는 어디인가?
이 질문에 대한 힌트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시즌 중 하나가 2021년이었다고 봅니다.
2021년 전반기 조영욱은 22경기 동안 공격포인트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후반기에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안익수 감독 부임 이후 측면에서 볼 운반과 전개를 담당하는 비중이 줄고 최전방에서 문전으로 들어가는 역할이 늘었습니다.
당시 기록을 보면 전반기 경기당 1회에도 미치지 못하던 슈팅이 역할 변화 이후 경기당 약 2회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결국 시즌 8골까지 기록했고 K리그 이달의 선수상도 받았습니다.
선수가 갑자기 슈팅을 잘하게 된 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변화가 너무 컸습니다.
조영욱을 어디에 세우느냐보다, 어디에서 슈팅하게 만드느냐가 중요했던 겁니다.
이건 지금 조영욱을 볼 때도 꽤 유효한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2025년은 조영욱에게 꽤 이상한 시즌이었습니다.
등번호 9번을 달고 시즌을 시작했고, 초반에는 최전방 원톱으로 많은 기회를 받았습니다.
문제는 그 역할이 조영욱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과는 조금 달랐다는 점입니다.
김기동 감독 체제의 원톱은 단순히 골만 기다리는 선수가 아닙니다.
센터백과 경합하면서 볼을 지켜주고, 동료가 올라올 시간을 만들어주며, 전방 압박과 연계에도 관여해야 합니다.
조영욱에게 가장 편한 역할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상대 센터백을 등지고 버티는 플레이가 반복되면 조영욱이 가장 잘하는 박스 안으로 들어가는 움직임보다 다른 임무에 에너지를 더 많이 쓰게 됩니다.
시즌 초반 강원전 결승골 이후 공격 생산력이 떨어졌고 결국 경쟁에서도 밀렸습니다.
당시만 놓고 보면 상당히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즌 후반 상황이 달라집니다.
개인적으로 2025년 조영욱을 평가할 때 최종 8골 2도움보다 이 과정을 더 중요하게 봅니다.
선발에서 밀렸던 조영욱은 7월 제주 원정에서 다시 골을 기록했고 이후 득점 페이스를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피지컬이 좋은 공격수와 투톱으로 섰을 때 조영욱의 장점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역할이 분명합니다.
파트너 공격수가 상대 센터백과 부딪혀주면 조영욱은 그 옆과 뒤에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상대 수비 한 명을 등에 업고 계속 버틸 필요가 없으니 세컨볼이나 박스 안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갈 여유도 생깁니다.
바로 조영욱이 잘하는 축구입니다.
그래서 2025년의 반등을 단순한 '폼 회복'으로만 보는 것보다 조영욱에게 맞는 공간과 역할이 다시 주어졌다고 보는 편이 더 재미있습니다.
결국 공식전 39경기 8골 2도움.
전반기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까지 올라온 것은 꽤 큰 반전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난 뒤에는 또 하나의 변수가 있었습니다.
계약 만료였습니다.
그래서 2025년 12월 31일 발표된 재계약은 이번 마킹을 고르는 데 꽤 의미 있는 배경이 됩니다.
FC서울은 공식적으로 조영욱과의 재계약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구단 발표 기준 조영욱은 2018년 입단 이후 서울에서 229경기를 소화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2026년.
조영욱은 다시 18번을 달았습니다.
저는 이 흐름이 마음에 듭니다.
화려하게 등장한 스타가 한 팀에서 승승장구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서울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프로에 데뷔했고, 감독이 바뀔 때마다 자리가 바뀌었고, 대표팀을 오갔으며 군 복무도 했습니다.
잘할 때도 있었고 정말 답답할 때도 있었습니다.
주전이었다가 밀리기도 했고 이적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2026년에도 FC서울 선수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조영욱 마킹이 더 '서울스럽다'는 생각도 듭니다.
재계약 후 맞은 2026시즌 출발도 재미있습니다.
개막 인천전부터 득점했습니다.
가슴으로 공을 받아놓고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시즌 첫 골을 기록했고, 이 골로 FC서울에서 기록한 K리그1 득점이 34골이 됐습니다.
시즌 초 공식 득점 순위에서도 조영욱의 득점은 확인됩니다.
포항 원정에서는 전반 4분 만에 결승골도 넣었습니다. FC서울 공식 기록에서도 3월 18일 포항 원정 1-0 승리가 확인됩니다.
부상으로 잠시 빠진 뒤에는 강원전에서 복귀해 도움을 기록했고, 18라운드 부천전에서는 다시 골을 넣었습니다.
특히 부천전 득점은 의미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K리그 통산 50호골.
조영욱을 오랫동안 봐온 팬이라면 이 숫자가 조금 묘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매년 15골, 20골씩 넣던 스트라이커가 아닙니다.
오히려 결정력 때문에 비판받은 시간이 훨씬 길었습니다.
그런 선수가 결국 50골까지 왔습니다.
이게 조영욱의 커리어 같습니다.
조영욱에게 계속 정통 스트라이커의 기준을 들이대면 부족한 부분이 먼저 보입니다.
제공권이 압도적인 것도 아니고, 센터백을 등에 지고 버티는 능력이 특출난 것도 아닙니다.
측면으로 보내면 폭발적인 스피드의 드리블러와도 거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형적인 10번도 아닙니다.
그래서 한동안 '애매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지난 8년 동안 수많은 감독이 조영욱을 계속 기용한 이유도 그 안에 있습니다.
최전방 옆에 둘 수 있고, 측면에도 놓을 수 있습니다.
투톱으로 전환하면 세컨톱이 되고 경기 중 위치를 바꿔도 적응합니다.
전방 압박도 해주면서 기회가 생기면 박스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가끔 중요한 순간에 정말 세게 한 방 때립니다.
완벽한 육각형은 아닙니다.
오히려 조금 찌그러진 육각형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그 모양이 어느덧 FC서울에 꽤 익숙해졌습니다.
유니폼 자체만 평가하면 블라썸 에디션은 확실히 소장할 만합니다.
핑크와 화이트 조합이 워낙 독특해서 기존 홈·원정 유니폼과 겹치지 않고, 검은색 조영욱 마킹도 뒷면에서 상당히 잘 보입니다.
앞면의 밝은 색감과 뒷면의 굵은 18이 대비되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몇 년 뒤 이 유니폼을 다시 꺼내본다면 핑크색 스트라이프보다 먼저 볼 것 같은 건 역시 이름입니다.
조영욱. 18번.
2018년 32번을 달고 등장했던 선수가 어느새 서울에서 200경기를 훌쩍 넘게 뛰었습니다.
2025년에는 9번을 달고 가장 힘든 시기를 겪었고, 시즌 후반 다시 살아났습니다.
계약이 끝난 뒤에도 서울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2026년, 다시 18번을 달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유니폼은 저에게 단순한 '벚꽃 유니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잘해서 좋아하기만 했던 선수도 아니고, 항상 만족스러웠던 선수는 더더욱 아닙니다.
답답했던 경기까지 꽤 많이 기억납니다.
그래도 시간이 이렇게 쌓이고 나니 그 모든 과정까지 조영욱의 FC서울 커리어가 됐습니다.
결국 다시 서울에서, 다시 18번.
이번 블라썸 에디션에 조영욱을 새긴 이유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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