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디 신(scene)에서 등반을 소재로 한 시뮬레이션 게임이 주목받고 있다. 성공 사례로 꼽히는 PEAK 이후, 서정적 연출의 Jusant와 같은 작품이 등장했고, 그 흐름의 가장 극단에 위치한 게임이 바로 Cairn이다.
케언은 ‘이야기’보다 ‘등반 그 자체’에 방점을 찍는다. 아름답지만 냉혹한 그래픽, 그리고 플레이어의 집중력을 끝까지 요구하는 고난도 설계는 시작부터 이 게임의 방향성을 분명히 드러낸다.
케언의 주인공 ‘아바’는 전설적인 산악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인간적인 매력은 의도적으로 배제돼 있다. 그녀는 타인과의 관계를 회피하고, 분노와 불안정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산은 그녀에게 목표이자 도피처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불안정한 내면과 달리 등반 실력만큼은 초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바위의 미세한 돌기에도 사지를 걸고 버텨내는 모습은 현실성과 비현실성의 경계를 흐리며,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케언의 핵심은 조작이다. 플레이어는 아바의 양팔과 양다리를 각각 관리하며, 무게 중심·스태미너·지지력을 계산해야 한다. 직관적이지 않지만, 익숙해지는 순간부터는 하나의 ‘리듬 게임’처럼 느껴진다.
여기에 피톤, 곡괭이, 아이젠 같은 장비가 더해지며 후반부 난도는 급격히 상승한다. 작은 실수 하나가 추락으로 이어지고, 추락은 곧 생존 자원의 소모로 연결된다. 케언이 ‘고난도 게임’으로 불리는 이유다.
시간을 들여 탐험할지, 위험을 감수하고 빠르게 오를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조급함과 좌절, 그리고 분노를 경험하게 된다.
집중과 계산이 반복되는 등반의 순간은 잡념을 지워내고, 실패는 자기 성찰로 이어진다. 그리고 정상에서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성취감이 아니라, 오히려 허무함에 가깝다. 그 허무함 속에서 플레이어는 스스로의 플레이 방식과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된다.
케언은 고난도 조작과 생존 시스템, 그리고 최소한의 서사를 통해 질문을 남긴다. 빠른 결과만을 좇아온 플레이어에게 이 게임은 속도를 늦추고 과정을 바라보게 만든다.
최근 삶이 복잡하게 느껴지거나, 게임이라는 매체의 본질적 힘을 다시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케언은 분명 오래 기억될 경험이 될 것이다.
※ 이미지 출처: 공식 Cairn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