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가격 구조까지 바꾸고 있다. 메모리 제조사들이 생산능력을 HBM과 DDR5, 고단 낸드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기존 PC와 산업용 기기에 폭넓게 사용되는 DDR4와 SLC 낸드 공급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전망에서 성숙형 D램인 DDR4 가격이 2026년 3분기 50%, 4분기 추가 10%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순한 일시적 수요 증가보다 메모리 제조사들의 생산 구조 변화에서 비롯된 공급 부족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SLC 낸드의 가격 상승 전망은 더욱 가파르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남은 두 분기 동안 SLC 낸드 가격이 각각 50%씩 상승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산업용 장비와 임베디드 시스템 등에서 꾸준히 사용되는 메모리지만 생산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웨이퍼를 이동시키면서 공급 여력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급난의 중심에는 HBM 생산 확대가 있다. 생성형 AI와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하면서 메모리 기업들은 일반 D램보다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HBM 생산에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HBM은 일반 D램보다 훨씬 많은 웨이퍼 투입이 필요한 제품이다. 여러 D램 다이를 수직 적층하고 TSV를 통해 연결하는 복잡한 구조 때문에 동일한 생산능력으로 만들 수 있는 제품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업계에서는 HBM이 일반 D램보다 약 3배 수준의 웨이퍼 자원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HBM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기존 DDR4에 배정할 수 있는 웨이퍼가 감소한다. 이는 DDR4가 오래된 규격이라는 이유로 가격이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기존 시장 흐름과 반대되는 현상을 만들고 있다.

DDR5 역시 가격 안정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자료에 따르면 DDR5-5600·6400 24GB 제품의 현물 가격은 8월 한 달 동안 약 8% 추가 상승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상승 폭은 더욱 크다. 관련 제품 가격은 지난해 중반 약 8달러 수준에서 최근 47달러에 근접하며 1년 사이 약 48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PC 시장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DDR4는 여전히 보급형 PC와 기존 시스템 업그레이드, 산업용 장비에서 널리 사용되며 DDR5 역시 최신 PC의 핵심 부품이다. 두 규격의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면 데스크톱과 노트북, 서버 등 완제품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특히 기존에는 DDR4 기반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을 앞세운 선택지였지만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경우 DDR5와의 가격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PC 제조사와 부품업체가 제품 세대 전환을 앞당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메모리 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AI 산업의 영향력이 데이터센터를 넘어 소비자 전자제품 가격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용 HBM이 메모리 기업들의 생산 우선순위를 바꾸면서 기존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도 이른바 ‘AI발 메모리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핫이슈 인사이트

• 이번 DDR4 가격 상승은 단순한 수요 급증보다 생산능력이 HBM·DDR5로 이동하면서 발생한 구조적인 공급 축소라는 점에서 기존 메모리 사이클과 차이가 있다.


• AI 데이터센터 확대가 HBM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웨이퍼 배분 전략 자체가 고부가가치 AI 제품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 DDR4는 구형 규격임에도 생산 축소 속도가 수요 감소보다 빠를 경우 오히려 희소성이 높아져 가격이 상승하는 역설적인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 DDR5 역시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형 DDR4와 최신 DDR5 모두에서 메모리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 AI용 메모리 수요가 계속 확대될 경우 PC·노트북·산업용 장비 등 비AI 제품까지 부품 원가 상승 영향을 받는 구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핵심요약

• 모건스탠리는 DDR4 가격이 2026년 3분기 50%, 4분기 추가 1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 SLC 낸드 역시 3분기와 4분기 각각 50% 가격 상승 가능성이 제기됐다.


• 메모리 제조사들이 웨이퍼 생산능력을 HBM, DDR5, 고단 낸드로 이동시키면서 DDR4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 HBM은 일반 D램보다 많은 웨이퍼 자원을 필요로 해 AI 수요 확대가 범용 D램 공급 감소로 연결되고 있다.


• DDR5 24GB 제품 가격도 8월에만 약 8% 추가 상승했으며 전년 대비 약 48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 AI발 메모리 공급 재편이 PC와 노트북 등 소비자 전자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