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가치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최근 한국산 D램 1kg의 수출 가치가 금 620g을 살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섰으며, 업계에서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TRASS)에 따르면 8월 1~20일 기준 D램(모듈 제외) 수출단가는 1kg당 약 9만2183달러(약 1억2740만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1% 상승한 수치이며, 수출액도 약 98억달러를 넘어서며 전년 대비 500% 이상 증가했다.
불과 2023년 초 D램 수출단가가 약 7400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3년 7개월 만에 약 12.5배 상승한 셈이다. 최근 급등한 금 가격보다도 상승 폭이 훨씬 크며, 현재 D램 1kg의 가치는 백금보다 약 1.5배, 은보다 40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물론 D램은 원자재와 달리 단순 무게만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최근 주력 제품이 DDR4 8Gb에서 DDR5 16Gb로 고도화되면서 동일한 크기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제품 성능 향상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가격 상승 속도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가격 급등의 가장 큰 배경은 AI 서버용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폭증이다. 메모리 제조사들은 높은 수익성을 가진 HBM 생산을 확대하면서 기존 범용 D램 생산능력을 점차 줄이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적층하는 구조를 사용하기 때문에 동일 용량을 생산하는 데 일반 D램보다 훨씬 많은 웨이퍼가 필요하다. 즉 HBM 생산이 늘어날수록 PC와 스마트폰, 일반 서버용 D램 생산 여력은 자연스럽게 감소하게 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러한 구조적 변화로 인해 올해 D램 공급 부족률을 5.0%, 내년에는 5.9%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전망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로 AI 메모리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역시 내년 말 전체 D램 웨이퍼 생산 가운데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까지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실제 공급되는 메모리 비트 기준 비중은 13%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생산능력이 HBM에 투입되지만 공급 효율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신규 생산시설이 늘어나더라도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신규 팹 건설과 공정 안정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며,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 확대되면서 늘어난 생산량도 대부분 AI용 메모리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메모리 기업들의 전망 역시 비슷하다.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플래시의 공급 부족이 2027년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SK하이닉스는 2027년이 메모리 업계 역사상 가장 심각한 공급 부족의 시기가 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일부 AI 기업들이 HBM 탑재 용량을 조정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메모리 시장은 생산능력 확대 속도와 AI 수요 증가 속도의 균형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핫이슈 인사이트
• 현재 메모리 가격 급등은 단순한 경기 회복이 아니라 AI 중심의 생산 구조 재편에서 비롯된 구조적 변화다. HBM이 범용 D램 생산능력을 흡수하면서 기존 메모리까지 공급 부족이 확산되고 있다.
• D램 가격은 이제 PC 수요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에 더욱 큰 영향을 받는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AI 인프라 확대가 지속될수록 범용 메모리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 메모리 제조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HBM 생산 확대가 최우선 전략이지만, PC·모바일 제조사들은 원가 부담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경우 AI 서버뿐 아니라 일반 PC, 노트북, 스마트폰 가격에도 메모리 비용 상승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핵심요약
• 한국산 D램 수출단가는 1kg당 약 1억2740만원으로 3년 7개월 만에 약 12.5배 상승했다.
• 현재 D램 1kg의 가치는 금 약 620g 수준에 해당한다.
• AI 서버용 HBM 생산 확대가 범용 D램 공급 부족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골드만삭스는 내년 D램 공급 부족률을 5.9%까지 상향 전망했다.
•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모두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7년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 AI 시대 메모리 경쟁은 생산량보다 HBM 생산능력 확보가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