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기업의 업무 환경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단순히 챗봇이나 생성형 AI 서비스를 사용하는 단계를 넘어, AI가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가 확산되면서 기업의 조직 구조와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P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I 서밋 서울&엑스포 2026’에서 이러한 변화를 ‘일의 미래’라는 관점에서 제시했다. AI PC부터 개인용 AI 에이전트, 고성능 AI 스테이션, 기업용 업무 자동화 솔루션까지 실제 업무에 AI를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을 선보였다.
HP가 강조한 핵심은 AI 도입이 단순한 기술 투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AI를 통해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 구조와 업무 프로세스, 평가 체계를 함께 바꾸고 사람과 AI가 어떤 역할과 권한을 나눠 가질 것인지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가장 일상적인 AI 업무 환경의 출발점은 AI PC다. HP는 AI PC를 단순히 AI 연산이 가능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결합된 업무 솔루션으로 접근하고 있다.
최신 HP AI PC에 적용된 ‘HP IQ’는 디바이스 내부에서 AI 모델을 구동해 문서 요약이나 회의록 정리 등 기존 클라우드 AI에서 수행하던 기능을 로컬 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여러 디바이스를 연결해 업무와 협업을 이어가는 기능도 AI 시대의 생산성을 높이는 요소로 제시됐다.
더 큰 AI 모델이 필요한 환경에서는 ‘HP AI 스테이션’이 제시됐다. 개인용 미니 PC 수준부터 대규모 LLM을 구동할 수 있는 고성능 워크스테이션까지 AI 모델 규모에 따라 제품군을 세분화한 것이 특징이다.
10B 수준의 경량 AI 모델에는 옴니데스크 미니와 같은 ‘퍼스널 AI 에이전트’ 제품군을, 32B급 모델에는 하이퍼엑스 35L 등을 활용한 ‘퍼스널 AI 스테이션’을 제시했다.
200B급 대형 모델에서는 엔비디아 GB10 슈퍼칩이나 AMD 라이젠 AI 맥스 등을 활용한 ‘엣지 AI 스테이션’이 대응한다. 공유 메모리 구조를 활용해 대용량 AI 모델을 로컬 환경에서 구동하는 것이 핵심이다.
400B 이상 초대형 모델은 여러 그래픽카드나 데이터센터급 GPU를 탑재한 전통적인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이 담당한다. AI 활용 규모에 따라 PC에서 워크스테이션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구조다.
기업 현장에 AI를 빠르게 적용하기 위한 ‘AI 어플라이언스 박스’도 공개됐다. HP의 Z 워크스테이션과 업스테이지 AI 모델을 결합해 기업이 별도의 복잡한 구축 과정 없이 문서 디지털화와 AI 에이전트 기반 업무 자동화를 도입할 수 있도록 구성한 솔루션이다.
병원과 보험회사, 관공서, 법률회사처럼 문서 처리량이 많은 산업이 대표적인 적용 대상이다. 전시에서는 종이 문서를 스캐너로 읽은 뒤 AI가 내용을 인식하고 요약·분석하며, 필요한 결과를 다시 출력하는 전체 업무 과정이 자동화되는 사례가 소개됐다.
주목할 부분은 모든 업무를 AI에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 구조를 적용했다는 점이다. AI가 문서를 분석하고 결과를 생성하더라도 사람이 원본 자료와 근거를 확인하고 중요한 단계에서 최종 판단에 개입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접근은 이번 AI 서밋 서울&엑스포 전반에서도 확인됐다. 행사에서는 생성형 AI를 넘어 AI가 직접 소프트웨어 개발, 문서 관리, 데이터 분석, 보안, 콘텐츠 제작 등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가 주요 화두로 등장했다.
깃랩과 노션, 스플렁크, 아웃시스템즈 등 다양한 기업들이 AI 에이전트 기반 업무 플랫폼을 소개했고,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도 AI가 영상과 이미지, 번역 등의 작업을 직접 수행하는 서비스들이 대거 공개됐다.
AI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와 스토리지, 보안 기술도 함께 중요해지고 있다. AI가 실제 기업 업무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높은 연산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 관리와 개인정보 보호, AI 결과 검증 같은 인프라가 함께 필요하기 때문이다.
HP가 제시한 ‘일의 미래’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사람의 역할이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작업을 AI에 맡기고 사람은 판단과 의사결정,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 더 집중하는 방식으로 업무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과 AI 사이의 권한 배분 역시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어떤 업무를 AI가 스스로 결정하게 할 것인지, 어떤 단계에서 사람이 승인하고 검토해야 하는지를 데이터와 위험 수준에 따라 구분해야 AI를 안정적으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기업의 평가 방식도 변화가 필요하다. AI를 활용하면 같은 업무를 훨씬 짧은 시간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근무 시간이나 업무 소요시간을 중심으로 생산성을 평가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AI가 만들어내는 효율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얼마나 오래 일했는가’보다 ‘어떤 목표와 결과를 달성했는가’를 중심으로 업무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AI 도입이 기술 시스템뿐 아니라 기업 문화와 인사 평가 방식까지 변화시키는 셈이다.
핫이슈 인사이트
• AI 도입 경쟁의 중심이 챗봇 사용에서 AI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 AI PC와 AI 스테이션의 확대는 기업의 AI 활용이 클라우드 중심에서 로컬·엣지 환경까지 분산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데이터 보안과 응답속도, 비용 측면에서 로컬 AI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
• 기업의 성공적인 AI 전환은 AI 모델 도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조직 구조와 업무 프로세스, 사람과 AI의 권한 배분까지 함께 재설계해야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휴먼 인 더 루프’는 AI 업무 자동화가 확대될수록 더욱 중요한 구조가 될 전망이다. AI가 처리 속도를 높이고 사람은 결과와 근거를 검증하는 형태로 역할이 재편될 수 있다.
• AI가 업무 시간을 크게 줄일수록 기존의 ‘시간 중심’ 성과 평가 방식은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앞으로 기업의 평가 기준도 근무시간보다 목표와 결과 중심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 AI 시대의 경쟁력은 단순히 가장 강력한 모델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실제 업무 과정에 얼마나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통합하느냐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핵심요약
• HP가 AI 서밋 서울&엑스포 2026에서 AI 시대 ‘일의 미래’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공개했다.
• AI PC부터 퍼스널 AI 에이전트, AI 스테이션, 고성능 워크스테이션까지 모델 규모별 AI 컴퓨팅 환경을 제시했다.
• HP와 업스테이지를 결합한 AI 어플라이언스 박스는 문서 디지털화와 AI 에이전트 기반 업무 자동화를 지원한다.
• AI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가 기업용 AI 시장의 핵심 흐름으로 부상하고 있다.
• 업무 자동화 과정에서도 사람이 결과와 근거를 검증하는 ‘휴먼 인 더 루프’ 구조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 AI 전환을 위해서는 기술 도입뿐 아니라 조직 구조와 업무 프로세스, 권한 배분, 성과 평가 방식까지 함께 변화해야 한다.
• AI 시대에는 근무시간보다 목표 달성과 결과를 중심으로 생산성을 평가하는 방식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